운송과 위험 [무역실무 미생탈출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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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2부 국제운송 글 싣는 순서

[무역실무 미생탈출 2-1] 국제운송의 기본(항공 운송1)

[무역실무 미생탈출 2-2] 포워더(항공 운송2) 

[무역실무 미생탈출 2-3] 컨테이너와 벌크운송

[무역실무 미생탈출 2-4] 컨테이너 운송(FCL)

[무역실무 미생탈출 2-5] 컨테이너 운송2(LCL)

[무역실무 미생탈출 2-6] 기타 운송(핸드캐리, 쿠리어, 특송, EMS)

[무역실무 미생탈출 2-7] 운송과 위험

  1. 운송사고

  2. 운송사고와 손해배상

  3. 포워더의 법적 지위 문제

  4. 사고 발생 당사자 문제

  5. 배상한도 문제

[무역실무 미생탈출 2-8] 적하보험

[무역실무 미생탈출 2-9] 국제운송과 운임


운송사고


지금까지 실무에서 많이 사용하는 국제운송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운송수단에 옮겨집니다. 옮겨질 때마다 싣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기 때문에 사고발생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또한 항공운송이나 해상운송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도 태평양을 건너던 컨테이너선에 실린 컨테이너 몇 개가 유실되어 뉴스에 오른 일도 있습니다. 육상 트럭킹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LCL화물은 CFS 같은 창고에서 지게차로 운반하다가 화물이 넘어지거나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제운송을 하다 보면 소소한 포장 박스 훼손부터 컨테이너 유실까지 다양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예전에 카자흐스탄에서 근무할 때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본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컨테이너에 싣고 배로 중국 샤먼(하문)항에 내린 후 중국에서 기차(TCR, Trans china railway)로 운송하고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현 누르술탄)에서 수입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거의 한 달만에 도착한 화물을 수입통관까지 마치고 컨테이너를 열었을 때입니다. 컨테이너의 천정에 구멍이 나서 팔레트 위로 빗물이 들이친 흔적이 잔뜩 남아 있었습니다. 다행히 본사 공장에서 팔레트 위에 방수포장을 해 두어 제품에는 직접적 피해가 없었습니다. 만약 피해가 있었다면 그 컨테이너 하나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의 납기를 놓칠 수 있었던 화물이었기에 아주 아찔한 기억입니다.

경험담(DP) 

컨테이너 천정에 구멍이 난다구? 믿기 힘드실 얘기입니다. 이런 일은 우선 당시 한국발 카자흐스탄 (특히 아스타나, 현 누르술탄)향 TCR운송의 특별한 사정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선사 소유의 컨테이너를 사용합니다. 선사에서 운송을 맡기는 수출입 화주나 포워더에게 컨테이너를 임대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품 운송을 의뢰받은 선사는 컨테이너를 빌려주면서 수입국 도착 후 수입자 창고에 물품을 내리고 일정기한까지 컨테이너를 자신의 CY로 반납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CY반납까지 무료로 기다려주는 기간을 보통 Free time, 반납이 약정된 날짜보다 지연되는 경우 선사에서 수출입 화주나 포워더에게 요구하는 반환 지연료를 Detention Charge 라고 합니다.) 


그런데 TCR 운송은 항구에 컨테이너를 내리면 그 컨테이너를 다시 기차로 실어서 목적지 인근 역까지 운송합니다.(특히 당시에는 중국에 고속철도 없었고 철도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에 입항한 컨테이너를 카자흐스탄에서 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 도착해서 물품을 내리고 나면 다시 기차를 통해 중국의 샤먼에 있는 선사의 CY로 돌려보내야 했습니다. 문제는 카자흐스탄에서 중국이나 한국으로 수출하는 물품이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컨테이너를 항구의 CY에 반납하기 위해서는 빈 컨테이너로 다시 기차를 태워야 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복합운송(둘 이상의 운송수단이 사용되는 컨테이너 운송)을 의뢰받은 포워더 입장에서는 선사 컨테이너를 임대해서 물품을 운송하게 되면 선사에 지급해야 하는 Detention Charge 부담 때문에 저렴하게 운송료를 뽑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포워더가 선택한 운송료 절감 방법이 DP(Disposal Container)를 구입해서 수입국에서 판매를 해 버리는 방법이었습니다. DP 란 폐기 예정인 낡은 컨테이너를 말합니다. 컨테이너는 반복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용기라서 매번 운송할 때마다 점검하고 이상이 있으면 보수합니다. 그래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부식이나 충격이 쌓이게 마련입니다. 보통 10년 정도 지나면 폐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곧 폐기할 DP를 포워더가 직접 매입해서 물품을 실어 보내고 수입국에 컨테이너가 도착하면 물품은 수입자에게 전달하고 컨테이너는 현지에서 판매한 것입니다. 이러면 선사에 Detention Charge 비용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굳이 빈 컨테이너를 다시 입항지 CY까지 기차로 운송시키는 비용도 부담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계속 낡은 컨테이너로 운송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당시 중국이나 카자흐스탄의 기차역이나 ICD(Inland Container Depot)의 크레인은 컨테이너 전용 크레인이 아니라 구식 크레인을 쓰는 곳도 많았습니다. 이런 크레인으로 낡은 컨테이너를 취급하다 보면 아무래도 충격을 주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발생한 충격으로 낡은 컨테이너에 구멍이 난 것 같다는 죄송하다는 포워더 회사 책임자의 메일을 보고서야 대체적인 전말을 알 수 있었습니다.(당시 저희 운송을 해 주었던 국내 굴지의 포워더 회사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운송사고와 손해배상


다행히 제 개인적인 경험사례는 제품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어서 저희와 운송계약을 맺었던 포워더 본사에서 제가 근무하던 회사 본사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실제로 컨테이너 내부에 있던 화물이 손해(Damage)를 입게 된 경우에 수출입 화주가 쉽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수출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아야 할 것 같지만 국제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사고, 그리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문제입니다. 


포워더의 법적 지위 문제


이 문제가 까다로운 이유는 우선 포워더의 법적 지위에 혼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대부분의 국제운송은 포워더를 통한 계약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포워더를 통한 운송계약에서 포워더를 운송인으로 보아야 하는지, 혹은 운송주선인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경우 한국 수출입자는 한국의 포워더와 국제운송 계약을 하게 되므로 한국의 상법이 준거법이 됩니다. 상법에서는 운송주선인과 운송인의 책임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법에서는 운송주선인이 직접 운송을 하거나 직접 BL(선하증권) 같은 화물상환증을 발행해 운송에 개입하면 운송인의 지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지만 운송의 실질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국제운송 계약의 전반에 참여하던 포워더가 막상 손해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운송주선인으로 관리책임을 다 했으니 손해배상 책임은 화주가 실제 운송인에게 직접 물으라’고 하면 수출입자 입장에서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는 항공사나 선사 또는 외국의 철도회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고 발생 당사자 문제


운송인의 법적 지위 문제가 해결되고 난 후에도 문제가 남습니다. 여러 운송수단을 사용하고, 여러 운송인을 거치다 보니 실제 사고가 어디서 발생해서 화물이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위의 TCR 운송 케이스처럼 중간에 해상운송인, 중국 철도업체, 카자흐스탄 철도업체가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중간중간에 하역업자들이 사고를 일으켰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어느 운송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불확실해지는 것입니다.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못해 배상을 요청하지 못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배상한도 문제


다행히 운송인이 누구이고 어디서 사고가 났는지도 명확하게 구별이 되는 경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운송인의 책임에 대해 국제협약이나 한국의 상법에서도 일정한 범위의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상법에서 해상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포장당 666.67 SDR 또는 킬로그램당 2 SDR(국제통화기금의 특별인출권으로 대략 1 SDR은 1.4 미국달러 정도의 가치)’입니다. 수출입자 입장에서 이보다 큰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운송인은 위 금액만 배상해주면 됩니다.(참고로 항공운송인의 책임제한은 킬로그램당 19SDR)


물론 거래하는 포워더나 운송인이 적극적으로 물품의 손해를 보상하려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또 소액의 손해라면 포워더 자신은 운송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화주에게 보상을 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해규모가 큰 사고가 나는 경우에는 포워더나 운송인이 보상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국제운송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물 손해와 관련한 위험을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화물보험(적하보험, Cargo Insurance)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화물보험에 대해서는 다음장에서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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